유월의 바람이 머물던 골목, 강릉
강릉을 찾은 건 여름이 막 시작되던 유월이었다. 햇살은 눈부셨고, 하늘은 높았으며, 바람은 어느 골목 어귀에서 조용히 머무르고 있었다. 관광지로 알려진 유명한 해변이나 카페 거리보다는, 조용한 골목과 느린 걸음이 어울릴 법한 계절이었다. 해가 높이 떠 있는 시간, 군더더기 없이 맑은 그 날의 강릉은 왠지 모르게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만들었다. 유월의 바람이 스친 강릉의 골목에서 나는 오랜만에 아주 단순한 여행의 감정을 되찾았다.골목을 따라 걷는 시간, 느리게 흐르는 풍경강릉 중앙시장에서 멀지 않은 작은 주택가 골목은 바다도, 카페도 보이지 않지만 여름의 색과 온도를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낮은 지붕, 오래된 대문, 담장 너머로 피어난 꽃들, 그리고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들려오는 라디오 ..
2025. 6. 25.